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서 돌아오는 등가교환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일어나는 우연한 일에 더 가깝습니다. 전날 그렇게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애를 썼던 교과서 내용은 막상 시험지 앞에서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반면, 기억하려는 시도조차 한 적 없는 먼 옛날 술자리에서의 대화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떠오르곤 합니다. 기억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기억력이란 타고난 재능에 따라 그 성능이 정해지는 도구가 아니라 마치 자기가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는 직원에 더 가까운 존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말은 얼핏 듣기에는 굉장히 이상한 소리로 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무언가를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종이에 계속 베껴쓰기? 계속 같은 내용을 보고 또 보면서 머릿속에 저절로 새겨질 때까지 반복하기? 그러나 이것들 중 어느 것도 일정 시간 이상의 기억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이는 머릿속에 정보를 집어넣는 행위라기보다는, 마치 눈을 감고 다트를 던지듯 머릿속에 정보가 남아있길 희망하며 던져대는 것에 더 가까운 행위인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은가요? 공교육 12년과 대학 4년, 도합 16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억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것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 오랜 기간 동안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더더욱 이상한 점은,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그에 대해 아무런 이상한 점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효과적인 교육방법에 관해 그렇게 많은 논쟁과 토론이 오고가는 와중에도, 기억하는 방법에 관한 교육의 부재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마치 인식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처럼,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억은 인간 사고의 근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암기를 저열한 것으로 취급하며, 어떤 막연한 종류의 고차원적인 이해와 구분되는 쓸모없고 열등한, 의미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기억이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맥락도 없이 다른 기억들과 연결되지 않은 채 고립된 정보가 의미 없는 것입니다. 이해란 기억들 간의 상호 연결을 통해 형성되는 맥락과 그 결합구조이며, 창의성이란 서로 달라 보이는 개념들 간의 숨겨진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개념들을 조합하거나 그것들 사이의 공통된 패턴과 가능한 연결구조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개념들을 머릿속에서 자유자재로 떠올리고 비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지식이 내부기억의 형태로 정립되고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지적 활동을 위해서는 기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가 매 순간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 지식과 정보의 양은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그 많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공부 2.0>에서는 바로 그 부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기억을 이전처럼 확률에 의존하는 우연한 일이 아닌, 선택의 문제로 바꾸어주는 것입니다. 공부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으로부터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압도당하는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기억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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